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식품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라면과 김은 이미 세계적인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았고 냉동 김밥이나 떡볶이 같은 제품들이 해외 대형 마트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철저한 준비와 수많은 시행착오가 숨어 있습니다. 수출은 단순히 국내에서 팔던 물건을 비행기나 배에 싣는 행위가 아닙니다. 전혀 다른 법과 문화 그리고 입맛을 가진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는 고난도의 비즈니스입니다.
수출을 결심한 기업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각 국가별로 상이하고 까다로운 비관세 장벽입니다. 특히 식품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각국은 매우 엄격한 수입 통관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합법적으로 사용되는 식품 첨가물이 수출 대상국에서는 금지 성분으로 분류되어 통관이 거부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예를 들어 육가공품이 포함된 라면이나 스낵류는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같은 가축 전염병 이슈로 인해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타겟 국가의 식품 공전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수출 전용 레시피를 별도로 개발해야 합니다.
또한 포장 라벨링 규정 준수는 수출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미국의 경우 알레르기 유발 물질 표기가 매우 엄격하며 영양 성분 표시 양식도 국내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최근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는 유통 기한뿐만 아니라 소비 기한 표시를 의무화하는 추세이며 친환경 포장재 사용 여부가 수입 허가의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슬람 문화권 진출을 위한 할랄 인증이나 유대교 율법에 따른 코셔 인증은 단순한 종교적 의미를 넘어 해당 시장 진입을 위한 필수 면허증과도 같습니다. 이러한 인증 획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아 일단 획득하면 확실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규제의 벽을 넘었다면 그다음은 현지화라는 마케팅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김치의 고유한 정체성은 유지하되 매운맛의 강도를 조절하거나 젓갈 향을 줄여 현지인의 입맛에 맞추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유자차의 경우 한국에서는 차로 마시지만 서구권에서는 빵에 발라 먹는 잼이나 샐러드드레싱으로 마케팅하여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제품의 본질은 유지하되 섭취 방법이나 용도를 현지 식문화에 맞게 재해석하는 식문화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음을 보여줍니다.
신선 농산물 수출에 있어서는 물류 경쟁력이 곧 품질 경쟁력입니다. 딸기나 포도 같은 신선 과일은 운송 과정에서 무르거나 상하기 쉬워 수출이 까다로운 품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박 운송 중에도 과일의 호흡 속도를 늦춰 신선도를 유지하는 CA 컨테이너 기술이나 항공 물류 지원을 통해 지구 반대편까지 갓 수확한 듯한 신선함을 배달하고 있습니다. 농식품 공무원이나 유통 관계자들은 이러한 콜드체인 시스템 구축이 수출 확대의 핵심 인프라임을 인식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공동 물류 센터를 운영하거나 수출 물류비 지원 정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출은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는 벅찬 과제이기에 정부 지원 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나 코트라 같은 기관에서는 초보 수출 기업을 위한 바이어 매칭 상담회 국제 식품 박람회 참가 지원 그리고 해외 안테나숍 운영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법률 자문이나 라벨링 제작 지원 사업 등은 중소기업이 겪는 실무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수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긴 호흡의 레이스입니다. 하지만 내수 시장의 포화 상태를 극복하고 우리 농식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돌파구이기도 합니다. 철저한 현지 시장 조사와 빈틈없는 규제 대응 그리고 우리만의 스토리를 입힌 브랜드 전략이 어우러질 때 K-푸드는 세계인의 식탁 위에서 당당히 사랑받는 주역이 될 것입니다.
와이에스엠경영컨설팅 윤수만


